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급으로, 실전에 배치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평양 인근을 지나 동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시험을 감행해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하려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를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라고 7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를 참관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서부작전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2발은 수도권 지역 상공과 우리나라 중부내륙지대 상공을 비행하여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섬을 정밀타격했다”고 전했다.
실제 황해남도 과일군 비행장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평양과 남포 남쪽을 지나 대각선 방향으로 비행했으며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바위섬을 때리는 사진도 공개했다. 중앙통신은 “신뢰성과 안전성, 실전능력이 의심할 바 없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쏜 미사일 2발은 정점고도 37㎞, 비행거리 450㎞, 비행속도 마하 6.9 이상으로 식별됐다. 우리 군 당국은 비행 특성과 속도, 거리 등을 감안해 북한이 지난 7월 25일, 5월 4·9일에 쏜 러시아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지난달 25일 발사 당시와 유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지난 2일 발사 후 공개했던 대구경조종방사포 발사 장면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번 발사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은 리영길 총참모장과 박정천 포병국장(육군대장) 등 군 간부뿐 아니라 박봉주, 리만건을 비롯한 노동당 부위원장들이 발사 현장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위력시위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한 국방과학 부문 간부, 과학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전력화를 위한 최종 테스트에 성공한 인원을 치하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5월부터 이뤄진 시험발사 중 처음으로 이번에 기념사진이 공개된 점을 거론하며 “이스칸데르급의 최종 개발과 전력화를 마쳤고 작전배치 및 양산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최근 저고도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비행해 지상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려운 발사체를 연거푸 쏘아올리고 있다. 이는 패트리엇 계열 유도탄과 사드(THAAD) 위주로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뚫기 위한 무기 개발로 풀이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뿐 아니라 이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저고도에 고속 비행을 하는 신형 방사포를 개발함으로써 요격에 필요한 탐지, 추적, 식별은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 전문가인 밴 밴 디픈은 6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대구경조종방사포에 대해 “최소 사거리 250㎞의 신형 유도 다연장로켓시스템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탄도 미사일 시스템”며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 임무를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