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과 비리…청송사과유통공사 8년 만에 문 닫았다

입력 2019-08-07 15:11
경북 청송군 현동면에 자리잡은 청송사과유통공사 전경. 청송군 제공

명품 ‘청송사과’의 유통량을 늘리고 가격 안정을 꾀해 농가 소득을 보전할 목적으로 설립한 ’청송사과유통공사’가 부실경영, 자본 잠식, 경영진 비리 등으로 8년 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경북 청송군은 사과 유통 공기업인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지난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 22만1600주 가운데 89.2%인 19만7700주를 가진 주주들이 해산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98.4%, 반대 0.9%, 무효 0.7%로 나왔다. 대주주인 청송군 주주권을 빼고도 81%를 넘는 주주가 해산에 찬성해 해산을 의결했다.

이에 군은 사과 산업 재도약을 위해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운영체계를 바꿔 공모로 새로운 운영 주체를 선정해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윤경희 군수는 “유통공사 법인을 해산해도 건물과 시설은 군 소유로 종전처럼 운영하기 때문에 사과 농가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 운영 주체와 군수가 직접 업무를 챙기며 사과 유통량을 더 많이 늘리고 가격 안정을 꾀해 농가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열린 청송사과유통공사 해산 결정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모습. 청송군 제공

사과유통공사가 해산에 이른 것은 2014년∼2016년 공사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저지른 비리로 공공성이 무너지고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군은 사과 브랜드 가치 향상과 유통체계 개선으로 물류비용을 줄여 농업인 소득을 높이기 위해 2011년 8월 예산 18억원(81.2%)과 민간인 투자 4억1600만원(18.8%)으로 사과유통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청송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위탁 운영한 사과유통공사는 사과 산업 발전 등에 큰 역할을 했다.

2014년에는 청송 전체 사과 생산량 4만5515t의 10.1%인 4600t을 처리해 당기 순이익 2억9200만원을 올렸다.

그러나 2016년 4983t, 2017년 4499t, 2018년 3760t으로 사과 처리량이 계속 줄었고 매출도 2016년 145억원, 2017년 136억원, 2018년 109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결산 결과 누적 적자가 6억3200만원으로 전체 자본금 22억1600만원의 28.5%에 이른다. 게다가 경영비리 등으로 지난해 새 경영진을 구성했으나 이들도 지난 5월 사퇴했고 공사 설립 초기 17명이던 직원도 대부분 떠나고 6명만 남았다.

이런 탓으로 사과유통공사는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2016년과 2017년 연속 최하위 등급(마)을 받았다.

경찰은 2017년 9월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사과유통공사 임직원 5명과 전 청송군수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군은 사업 부진, 농민 신뢰 상실, 자본잠식, 조직 붕괴 등으로 사과유통공사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 6월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청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