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자 배구대표팀의 이탈리아인 수석코치가 한국에 승리한 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세리머니로 조롱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러시아에 항의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사건의 장본인은 러시아 대표팀의 세르지오 부사토(53) 수석코치. 그는 지난 5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얀타르니 경기장에서 한국에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역전승한 2020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 E조 3차전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눈가를 잡아당기며 웃었다.
러시아 스포츠 매체 스포르트 24는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 “부사토 수석코치가 눈을 가늘게 만들어 기쁨을 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부사토 수석코치의 행동에 비판적인 시각을 담지 않았다.
러시아는 한국에 두 세트를 먼저 빼앗기고 3세트에서 한때 18-22까지 뒤처져 패배할 뻔했던 경기를 가까스로 역전했다. 한국과 경쟁했던 한 장의 올림픽 본선 진출권도 러시아의 몫이 됐다. 부사토 수석코치는 그 기쁨을 인종차별 행위로 표출했지만, 러시아 대표팀, 관중, 언론 가운데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 대표팀 감독은 부사토 코치와 같은 이탈리아 국적의 스테파노 라바리니(40)다. 부사토 코치는 편협한 인종주의는 물론 최소한의 동료애도 보여주지 못한 셈이 됐다.
손가락으로 눈가를 잡아당겨 눈을 가늘게 만드는 동작은 유럽·미주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동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이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FIFA의 경우 인종차별 행위가 적발될 경우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다만 유럽이 득세한 FIFA에서도 눈 찢기 세리머니에 나치 독일식 거수경례보다 징벌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7일 “부사토 코치의 인종차별 행위를 확인했다. 러시아배구협회에 발송할 항의 서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