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잃은 리빌딩 종합세트’ 한화, 외야 넘어 내야까지 흔들

입력 2019-08-07 09:54
SPOV TV 중계화면 캡처

한화 이글스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경기에서 3대 8로 패했다. 그러면서 103경기를 치러 38승 65패, 승률 0.369가 됐다. 9위 롯데 자이언츠와도 1.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물론 꼴찌다.

한화는 이날 방향성을 잃은 리빌딩의 실패가 그대로 묻어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화가 0-4로 뒤진 6회말이다. 불펜 투수 김범수는 박건우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정수빈에겐 좌익수 방향 뜬공을 맞았다. 평범한 타구였다. 한화 좌익수 이성열(35)은 뒤늦게 스타트를 한 것도 모자라, 조명에 시야를 가린 듯 공을 빠트렸다. 결국 2루타가 됐다. 실책이 아닌 실책성 플레이다. 결국 5점째를 내주며 한화는 무너져갔다.

SPOV TV 중계화면 캡처

이것만이 아니다. 1회말이다. 2사 상황에서 오재일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김재환은 한화 선발 임준섭의 4구를 때려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2루수 정은원은 대시한 뒤 2루에 송구했지만 공은 뒤로 빠졌다. 공식 기록은 내야 안타였다. 그러나 두 주자의 발을 생각할 때 침착하게 플레이를 했다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회말이다. 2사 만루 위기다. 정수빈은 2루수 방향 땅볼을 쳤다. 그러나 2루수 정은원은 포구에도 실패하며 송구도 하지 못했다. 선취점을 내줬다.

이 두 가지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긴 뭣하지만 이성열은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게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지난해 1루수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58경기였다. 좌익수로 30경기, 우익수로 단 2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올 시즌 우익수로 48경기, 좌익수로 2경기에 나섰다. 1루수로는 20경기를 소화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면 힘겨운데 이성열에게 지난해 단 2경기만 뛰었던 우익수로 뛰게 하는 한화다.

그리고 정은원이다. 한화의 올해 최고 히트상품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해 2루수로 68경기에 나왔다. 올해는 103경기다. 한화가 치른 모든 경기에 2루수로 출전했다. 고졸 2년차 선수가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대견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가혹하다.

한화2루에는 사실상 백업 요원이 없다. 한국 최고의 2루수였던 정근우(37)를 중견수로, 1루수로 돌리고 있는 한화다.

한화의 구멍은 외야진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리빌딩이 결과를 냈다면 주포지션도 아닌 정근우와 이성열을 외야수로 돌려야 하는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고졸 2년차 선수에게 풀타임을 맡기면서 스스로 잘하기를 바라는 상황은 과연 한화의 리빌딩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되묻고 싶다.

한화의 올해 성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외야진에 이어 내야진마저 흔들리고 있는 한화다. 그런데도 야수 트레이드는 진행하지 않았다. 베테랑 몰아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비가 필요하다. 방향성을 잃은 인위적 리빌딩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책임 소재를 가려내야 한다. 한화는 한 개인의 야구 철학을 실현시키는 곳이 아니라 한화팬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팀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