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정부·여당 간에 고성이 오가며 내내 설전이 이어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는지를 두고 여야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일부 의원들의 입에서 비속어가 나왔고 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 사이에 반말을 주고받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갈등의 도화선은 김현아 한국당 의원의 질의였다. 김 의원이 “어제 국방위 속기록을 보니 정경두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왜 정의용 실장과 정 장관의 의견이 틀리느냐”고 물었고 정 실장이 “제가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그 취지에 어긋난다는 뜻으로 말한 것 같다”고 반박하면서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두 사람의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합의 취지를 어겼다는 것과 합의했다는 말이 틀리다는 (정의용 실장의 말은) 말장난”이란 김 의원과 “(정 장관이) 분명히 위반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정 실장이 팽팽히 맞섰다. 김 의원이 “정경두 장관과 군은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실장이나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자 정 실장은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김 의원은 국방위 속기록을 직접 읽으며 정 실장을 압박했다. 김 의원이 읽은 속기록 일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냐고 답해보라’라는 박맹우 한국당 의원의 말에 ‘위반이라 생각하고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속기록 전체를 봐야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기 제 앞에 여당의 다른 초선 의원도 계신다. 그런데 오늘 정 실장이 저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제가 국회 운영위 경험도 없고 외교·안보 비전문가라서 윽박지르면서 답변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런 식으로 답변하면 이 시기를 모면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제가 정말 외교·안보를 몰라서 일방적 강압적으로 말한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 실장은 “속기록을 확인해보니, 정 장관에게 총 3번의 질의가 있었다. 서청원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정 장관이 남북군사합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답했고, 이종명 의원의 질에도 그렇게 답했다”면서 “정 장관이 박맹우 의원 질문에 말하다가 증간에 흐릿하게 말한 것 같은데, 그것만 가고 국가안보실이 국방부를 윽박질러서 그렇게 말하게 한 것 아니냐고 김 의원이 항의하니 그렇지 않다고 해명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계속해서 사과를 요구했고, 정 실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계속 초선 의원의 발언을 몰아세운다. 그야말로 의원에 대한 모독 아니냐”며 “우리의 질문이 그렇게 아프냐”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해서 유감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군사위반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이 안보실장이 해야 할 태도냐”며 “오해가 있다면 정중히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초선 의원을 겁박한다’는 식으로 나오자 정 실장은 “자꾸 김 의원이 초선이라고 하는데, 나도 국회에서 딱 한 번밖에 일한 적 없다. 저도 초선으로 끝난 사람”이라며 “저한테도 굉장히 무례하신 거다. 저에게도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안보실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NSC 왜 하나 쇼하는 건가”라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정 실장이 정양석 의원을 향해 “존경하는 분인데 그렇게 말씀을 하지 말라”고 반발하자 정 의원이 “존경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정 실장과 정 의원 간의 다툼은 회의가 정회된 후에도 계속됐다. 정 실장이 운영위원장석으로 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야당 의원들을 손으로 가리킨 것을 보고 정 의원이 “왜 손가락질을 하느냐”며 항의를 했다.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정 의원이 정 실장을 향해 “뭘 잘했느냐”며 반말을 하기도 했다.
오후 8시쯤 이인영 위원장이 회의를 속개하자 여야는 또다시 충돌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 회의장에 들어온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동의 없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 실장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수석인 이원욱 의원에게 사과 없이 회의 진행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연 것이 아니라,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원욱 의원도 “제가 전화를 몇 번이나 드렸고 일방적으로 (정양석 의원이) 전화를 끊었다”고 거들었다.
회의 속개 여부를 두고 다시금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제대로 앉아서 의사 진행 발언하라”, “하루 종일 정회만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고함과 “사과해야 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 섞이면서 운영위 회의장이 난장판이 됐다. 급기야 이 의원은 “제가 정확히 표현하겠다. 정 의원이 전화로 그XX가 사과를 안 하면 못 들어 온다고 했다”며 전화 내용을 폭로했고, 정 의원은 “청와대를 향한 여당의 눈물이 대단하다. 우리끼리 전화할 일이 아니라 청와대와 해결을 했어야 한다”며 혀를 찼다.
결국 이 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한 지 30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하루종일 정회와 속개를 수차례 거듭한 이날 운영위 회의는 오후 9시 16분쯤 다시 시작돼 11시가 다 돼서 끝을 맺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