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이 최근 “신흥무관학교를 다녔던 ‘아무개’들을 위한 웹진”이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를 발행해 관심을 모은다.
2019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초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의 흥행은 신흥무관학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학교를 다니던 이름 없는 학생들이었다.
학교를 설립한 사람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사와 학생, 교직원과 그 외 십시일반 도움을 준 사람들 역시 자기 자리에서 독립운동을 한 위인이었다.
웹진 ‘담’(談) 8월호는 이러한 맥락에서 8·15광복절을 기념해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고 이 시대의 사람들이 머물러 생각해 볼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기획됐다.
외세의 침탈로 인해 기울어 가는 국운을 통탄하며 우리 선현들은 갑오왜란 직후엔 갑오의병(1894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으로 을미의병(1895년) 등을 일으켜 일본의 침략에 맞섰지만 거듭된 일본의 거센 침략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의병운동의 한계를 절감한 지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국의 길을 택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척사유림으로 의병을 일으켰던 안동의 유림들은 혁신유림으로 변화해 이전의 학문과 실천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는 한편, 서양의 신문화와 신사상을 수용하고 계몽운동을 하게 된다.
혁신유림은 지역에서 사회운동과 계몽운동을 전개했고 전 재산을 처분해 이주한 만주 등지에서 한인 사회를 건설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무장 독립운동의 터전을 만들었다.
이들 혁신유림 중 한 분이었던 백하(白下) 김대락(金大洛)은 고향을 떠난 이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만주에서 겪은 일들을 ‘백하일기’(白下日記)로 기록했다.
이 일기에는 백하 김대락이 건설과 운영에 일조했던 신흥무관학교에 관한 기록도 포함돼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신흥강습소 이전에 그냥 ‘학교’이던 시절 이야기부터 신흥강습소 시절과 신흥무관학교 시절 그 학교와 관련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 백하 김대락과 함께 만주로 갔던 가족 이야기도 세세히 기록돼 있어 그 시절을 살아간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만화가 정용연은 ‘백하일기’의 한 장면인 ‘신흥강습소 종업식 날의 풍경’을 웹툰으로 그려내고 있다(그림).
신흥강습소 종업식 날 김대락의 손자 김정로가 반장과 우등생에 동시에 선정돼 호명됐는데 이 순간에 대해 김대락은 “누구 하나 중하지 않은 학생이 없건만 손자의 이름이 불렸을 때 가슴이 이토록 뭉클해져 옴은 어찌 된 일인가?”라고 표현한다.
“조국독립을 위한 배움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면 낙제를 하거나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보다는 낫다”라고 했으니 상을 받는 손자의 모습이 몹시도 흡족했을 것이다.
이번 웹진 8월호에서 강신우 작가는 ‘신흥무관학교 : 그 싸움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혁신유림이 만주로 이주하고 정착한 과정, 그곳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항일 무력투쟁을 준비하던 과정을 소개했다.
강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항일 무력투쟁을 준비하던 과정은 “먹고 살기 위해 도망 나온 길이 아니라 싸우기 위해 떠나온 길”이었다고 언급한다.
빼앗기더라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설사 지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로, 학교를 세워 일본과 싸울 준비를 했던 어른들과 독립의 꿈을 꾸며 그곳에 모인 뜨거운 청년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낸 곳”이 바로 신흥무관학교였다.
신흥무관학교에서는 김원봉, 김산 뿐만 아니라 독립군 간부 2000여 명을 배출했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연출가인 김동연의 인터뷰 기사도 함께 접할 수 있다.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홍윤정 작가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영화 암살의 ‘속사포 추상옥’을 소개하고 있다.
“나 신흥무관학교 출신이야!”란 그의 대사와 그 자신을 희생하던 마지막 투사의 모습에서 신흥무관학교 ‘아무개’의 삶을 되짚어 보게 된다.
신흥무관학교와 독립운동에 대한 자료들은 ‘스토리테마파크’ 창작소재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4872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돼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해 웹진 담(談)을 발행하고 있고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늘 맞닿아 있다.
이번호 웹진의 조경란 편집장은 “신흥강습소와 신흥무관학교에는 빼앗긴 나라를 찾고, 우리가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모여든 뜨거운 청년들과 그들을 보듬어 안고 다독여주었던 어른들이 있었다”면서,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기에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해 감사를 전해야 함에도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잊고 사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수많은 아무개들의 이야기들이 역사 콘텐츠로 창작돼 우리들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