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외풍 휩싸인 한국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한가

입력 2019-08-06 16:06 수정 2019-08-06 16:39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단계별 시나리오 마련
“환율은 당분간 1200원대 고공행진” 전망도

방기선(왼쪽)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거센 외풍에 휩싸였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더불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판이 커지고 있다. 자칫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전쟁 한복판에 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안심해도 되는 상황일까.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은 견고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 변동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마련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한 만큼 관련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이미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시장 건전성을 나타내는 ‘3대 지표’는 양호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31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졌던 1997년(204억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397억 달러)와 비교하면 각각 20배, 1.7배 많은 규모다. 경제 ‘방파제’가 튼튼한 셈이다.

여기에다 단기외채 비율은 지난 3월 기준 31.6%에 그친다. 단기외채는 외국인들이 보유한 만기 1년 미만의 채권 혹은 대출금 등이다. 단기외채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단기외채 비율이 높으면 대외지급 능력이 그만큼 나빠짐을 의미한다. 1997년(286.1%), 2008년(84.0%)에 비하면 지난 1분기 단기외채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기준 33.3bp에 머물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부도 위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말(39.5), 2017년 말(52.2)과 견줘 안정적 수준이다. 방 차관보는 “지난 6월에 15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고 사상 최고 수준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제신용평가사,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대외·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해놓고 있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이 거론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동향, 공매도 상황 등 시장 변동성 요인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한국거래소는 일본계 자금을 중심으로 증시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 총재는 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영화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기대도 약화됐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무역분쟁 쟁점과 이에 따른 위안화 가치에 연동해 1200원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재찬 강창욱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