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여행객일 경우 미국 방문 시 무비자 입국이 제한된다. 다만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어도 비자 발급을 통한 미국 입국은 가능하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후엔 비자를 발급받은 후에야 미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2017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이후 관련 실무절차가 끝나 관련 절차에 따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적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여행객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5일(현지시간)부터 제한한다고 우리 측에 알려 왔다고 외교부는 6일 밝혔다.
ESTA는 비자면제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VWP) 가입국 국민에 대해 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전자여행승인제도다.
미국 측은 이번 조치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후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미 국내법 준수를 위한 기술적·행정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국가 방문자는 미 국내법에 따라 VWP 적용을 제한받게 돼 비자 없이는 미국을 방문할 수 없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정국으로 재지정한 후 관련 제재를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 측에서 이제는 해야 겠다는 설명만 했고, 기술적인 일을 미루거나 이럴 여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한 달 전쯤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 외 기존 7개 대상국(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에 대해 이미 시행 중인 사항이다. 또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38개 VWP가입국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1년 3월 1일 이후부터 올해 지난달까지 방북 승인 인원은 3만7000여명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았던 문 대통령은 물론 함께 동행했던 기업인들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경우 지위가 대통령일 때는 공무상의 이유로 무비자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퇴임 후엔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 방문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지난해 평양 방문 이력으로 인해 앞으로 미국 방문 시 비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로 북한을 다녀왔을 경우엔 미국 입국 시에도 공무 목적 방문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하면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문 목적이 아니라 지위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신분일 경우엔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이 수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공무원의 범위나 대상 등은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방북자 명단을 요청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어떤 정보를 토대로 방북자를 구분할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측은 북한 방문·체류 이력을 가진 방문객의 미국 방문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자 발급을 통한 미국 입국은 가능하며, 방문 계획이 있다면 사전에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방문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측은 ESTA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우리 국민 중 긴급히 미국 방문이 필요한 경우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비자 발급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긴급예약신청(expedited appointment)’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는 등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