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세대 V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업계 1위 면모를 드러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심화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위축된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100단 이상 적층한 6세대 256기가비트(Gb) 3비트 V낸드 기반의 SSD를 양산, 글로벌 PC 업체에 공급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제품은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으로 만들면서도 ‘속도·생산성·절전’ 특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는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은 3차원 CTF(3D Charge Trap Flash) 셀을 최상단에서 최하단까지 수직으로 한 번에 균일하게 뚫는 공정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6세대 V낸드 기반으로 SSD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보단 앞선 6월, SK하이닉스는 6세대 128단 4차원(4D) 낸드를 최초로 개발 및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6세대 V낸드 기반의 제품 적용은 내년 상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초고난도의 ‘채널 홀 에칭(Channel Hole Etching)’ 기술로 5세대 V낸드 보다 단수를 약 1.4배나 높인 6세대 V낸드를 성공적으로 양산했다.
6세대 V낸드는 전기가 통하는 몰드(Mold) 층을 136단으로 쌓은 후, 미세한 원통형의 구멍을 단번에 뚫어 셀 구조물을 연결함으로써 균일한 특성의 3차원 CTF 셀을 만들어 냈다. 일반적으로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저장용량은 확보되지만 층간의 절연상태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전자의 이동경로도 길어져 동작 오류가 많아진다. 데이터 판독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해 처리 속도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셀을 초고단층으로 쌓았음에도 삼성전자는 ‘초고속 설계’ 기술을 적용해 한계를 극복해냈다. 이로써 데이터 쓰기시간 450마이크로세컨드(㎲) 이하, 읽기응답 대기시간 45㎲ 이하로 역대 최고속도 달성이 가능했다. 5세대보다 성능을 10% 이상 높이고, 동작 전압을 15% 이상 줄였다.
또 삼성전자는 6세대 V낸드에서 6.7억개 미만의 채널 홀로 256Gb 용량을 구현함으로써 5세대 V낸드(9x단, 약9.3억개 채널 홀) 대비 공정 수와 칩 크기를 줄여 생산성도 20% 이상 향상시켰다. 특히 6세대 V낸드는 단일공정을 적용해 세 번만 쌓아도 300단 이상의 초고적층 차세대 V낸드를 만들 수 있어 제품 개발 주기를 더 단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요구하는 초고속 초절전 특성을 업계 최초로 만족시킴에 따라 향후 글로벌 모바일 시장 선점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512Gb 3비트 V낸드 기반 SSD와 eUFS(embedded Universal Flash Storage, 내장형 범용 플래시메모리 저장장치) 등 다양한 용량과 규격의 제품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의 고용량화를 주도하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자동차시장까지 3차원 V낸드의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평택 V낸드 전용 라인에서 성능을 더욱 높인 6세대 V낸드 기반 SSD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