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테러 빈발에 “포스트 9·11 테러 대응책 마련해야” 주장 봇물

입력 2019-08-06 15:30

백인 우월주의 추종자의 총기 테러 사건이 빈발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차단에 초점을 맞춘 미국 안보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11 테러 이후인 2002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보다 극우 성향 백인 우월주의자 범죄 피해로 숨진 사람이 더 많다는 통계 결과까지 나왔다.

대(對)테러 업무를 담당해온 전직 미국 관리들은 백인 우월주의 등 국내 테러를 국제 테러와 같은 수준의 경각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 테러가 최우선 현안으로 다뤄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테러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안 당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극단주의 성향 무슬림의 입국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예방에 성과를 거뒀다고 인정하지만 이제는 백인 우월주의 범죄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슬림에 대한 과도한 보안 조치가 도리어 백인 우월주의자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에 따르면 200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숨진 사람은 104명이었다. 같은 기간 극우 성향 범죄 피해 사망자는 109명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리사 모나코 전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극우 세력과 연계된 범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예산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 백인 우월주의 테러 대응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어 극우 세력의 혐오발언을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이들에게는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지도자도,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도 없다. WP는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 은신처에 숨어든 것처럼 이들은 인터넷 세계 한구석에 잠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는 극우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이 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을 목적으로 한 국토안보부 산하 조직을 축소하거나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들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