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 발사를 포함해 최근 13일간 네 차례 발사체를 쏘는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북한은 최근 동해 인근에서만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서해 인근 황해남도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떨어뜨렸다. 동해 인근에서의 시험발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뒤 내륙을 횡단하는 최대 사거리 사격시험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6일 “단거리 미사일의 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 이상으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지난 7월 25일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정확한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러시아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본떠 만든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7월 25일 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은 모두 정점고도 50여㎞를 찍었으며 600여㎞를 비행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2발이 낮은 고도로 떨어지다가 다소 상승해 비행하는 이른바 풀업(pull-up·급상승) 기동을 했던 것으로 식별했다. 이런 움직임은 요격을 어렵게 만드는 회피 기동으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의 대표적인 비행 특성이다.
다만 이번 발사에서도 회피 기동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동해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시험발사를 하며 안전성, 명중률 테스트를 한 뒤 이번에 사거리를 늘린 시험발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각각 이스칸데르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최적 사거리, 최대 사거리 등으로 비행거리를 설정해 시험발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봤지만 신형 방사포 또는 다른 형태의 발사체를 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거리와 정점고도, 속도로만 볼 때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추정되지만 풀업 기동 여부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스칸데르급에 가깝다”면서도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교수는 “중국의 400㎜ 방사포 WS-2D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450㎞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7월 31일, 8월 2일에 쏜 미사일도 이스칸데르급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 반면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힌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방사포를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로 분류하기도 한다”며 “정확한 제원은 한·미 양국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