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 오바마 “공포·증오 분위기 조성하는 지도자 목소리 배격해야”

입력 2019-08-06 15:07 수정 2019-08-06 15:08
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연이은 총기 난사에 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지 몇 시간 뒤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일련의 지도자 유형을 언급하며 “그런 지도자들 입에서 나오는 단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총이 아니라 정신 질환과 증오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소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충족시키거나 인종차별주의적 정서를 정상적인 것 양하는 지도자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시 하거나 이민자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는 식으로 암시하는 지도자들, 다른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간주하거나 미국이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에게만 속한다고 암시하는 지도자들 입에서 나오는 언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총기 난사의 빈도 면에서 미국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어떤 선진국도 우리가 하는 수준으로 총기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기 난사가 벌어질 때마다 더 강경한 총기 규제법이 모든 살인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며 정신 이상자들이 무기를 구해서 공공장소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난사하는 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면서도 “총기규제법이 부분적으로나마 총기 난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떨쳐 일어나 공직자들이 우리의 총기규제법 개정에 나서도록 할 때까지는 이러한 비극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총기규제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한 “이러한 난사의 동기가 완전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엘패소 난사는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끌어안으며 백인 우월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개인들의 위험한 트렌드를 뒤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백인 국수주의자 웹사이트에 의해 더 급진화됐고 이들 혐오단체 영향력을 완화하기 위해 더 나은 전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로 20여명이 숨졌다. 이어 불과 13시간이 지난 4일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총기 사건으로 용의자 포함 총 10명이 사망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