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는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또 “최근 중국의 행동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거하기 위해 므누신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개입 (engage)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함에 따라 중국에 대해 환율 저평가와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또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중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의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5일 깨진 데 대한 압박 조치로 보인다.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인민은행이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조치,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어섰다”고 미국에 책임을 넘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이 또 환율을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유지하겠다며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환율 조작의 의심을 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 추가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허용해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상·하반기 1년 2회 발표하는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데 이번 조치는 그런 절차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분노가 전격적인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면서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미국의 중앙은행 제도)도 듣고 있냐”면서 연준의 통화 관리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번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웨스트팩 뱅크그룹의 리처드 프래뉴로비치는 블룸버그통신에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크 소벨 전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는 “재무부의 자체 환율보고서 기준을 따지면 중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1998년 이후 공식적으로 환율 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아 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