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길 희망한다고 밝히자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자국 근처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러시아도 맞대응해 미사일 배치 뜻을 밝혔다. 아시아를 둘러싼 미·중·러 군사대국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의 기자문답에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 주변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미국이 고집대로 이를 추진한다면 중국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앞서 4일(현지시각) “아시아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를 거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조약에서 탈퇴한 뒤 곧바로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미사일 배치 협의 뜻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위협론을 비판하며 역내 안정을 해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은 INF 탈퇴 등 문제에서 걸핏하면 ‘중국 미사일 위협론’을 주장했다”면서 “이는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오랜 기간 이런저런 명목으로 아시아·태평양 전략 등으로 역내 국가의 사무에 간섭하고, 정치적 이간질을 하며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했다. 경제적으론 역내 국가에 손해를 입히고 군사적으로 포석을 늘리며 군사동맹을 강화했다”며 “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지는 자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맞대응을 시사했다.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 담당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이 새로운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한다면 우리도 균형유지를 위해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NHK방송은 보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 INF 조약 폐기로 일본이 배치를 추진 중인 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에 대해 공격용무기로 순항미사일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그럴 경우 우리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도 대항조치를 검토 가능성을 분명히 내비친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아시아 지역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 호주인데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거나 미국과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우리에게 그런(미사일 배치) 요청이 없었으며 고려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