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휴가지에서 체감하는 5G 시대, 한여름 바닷가에 등장한 ‘이글루’

입력 2019-08-06 12:24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부산 해운대 해변의 한복판에 낯선 조형물이 눈이 들어왔다. 지름 30미터 남짓의 흰색 원형 구조물은 다름 아닌 ‘이글루’였다. TV 속에서나 보던 좁은 입구로 들어서자 널찍한 공간에는 발밑부터 천장까지 한겨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닥에 깔려 흰 눈을 연상케 하는 소금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사각거렸고, 천장에는 입체 빔으로 구현한 북극의 오로라가 일렁였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는 금세 잊혀졌다. 피서객들은 이글루 안에서 색다른 5G를 체험하고 있었다.

한여름 해운대에서 눈싸움을…‘5GX 이글루’ 체험 인기몰이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해운대에서 실제 인공 눈을 동원해 겨울 환경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5G와 VR(가상 현실)·AR(증강 현실) 기술로 겨울을 구현해냈다. 초(超)실감 5G 시대가 다가왔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5GX 이글루 안에서는 VR 눈썰매와 VR 눈싸움, AR 얼음낚시 등 대표 겨울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글루 안에는 SK텔레콤의 5G 서비스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VR을 활용한 패션 스타일링 체험인 ‘그녀의 옷장을 부탁해’, VR 공포체험 ‘악몽 속으로’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SK텔레콤의 음원 서비스인 ‘FLO’ 존에서는 AI 음악 추천 체험 등을 제공한다.

이글루를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체험 고객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에 이르고, 향후 5G 스마트폰으로 변경하겠다고 응답한 고객 역시 응답자의 65%에 달했다. 차별화된 체험 서비스로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빅데이터로 선정한 대표 해변 4곳에 ‘썸머 클러스터’ 조성

상용화 4개월이 지났지만 커버리지 확대는 여전히 이동통신 업계의 과제다. 5G 특성상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요한데, 시간적·비용적 여유가 많지 않다.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는 곳에서 5G의 안정적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클러스터’ 조성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들을 구심점으로 삼았다.

최근 반일 정서 확산으로 일본을 찾는 발길도 눈에 띄게 줄면서, 피서객이 몰리는 국내 여행지를 집중 공략할 필요성이 생겼다. SK텔레콤은 빅데이터로 올 여름 휴가 트렌드를 분석, 국내 대표 피서지인 해변과 워터파크를 ‘썸머 클러스터’로 탈바꿈했다. 썸머 클러스터는 5G 클러스터 전략의 ‘여름 특집’ 버전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유독 많은 피서객이 몰릴 휴가지에서 ‘초밀집’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5G 서비스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표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제주 함덕·충남 보령 대천·강원 동해 망상해수욕장 등 4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해수욕장 4곳의 특성을 반영해 각각 캠핑(망상)·힐링(함덕)·익스트림(대천) 등 ‘컨셉’이 있는 ‘5GX 쿨비치’로 특화했다.

SK텔레콤은 이중에서도 부산 해운대에 주목했다. 휴가철 방문객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전 연령대에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5GX 서비스 체험 공간인 ‘이글루 체험존’과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개장한 해운대 체험 공간에는 6일 만에 약 7000명의 고객이 찾을 만큼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5G로 골목 상권도 살린다…지역마다 차별화된 혜택 제공

SK텔레콤은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숨은 맛집을 방문하는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 각지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들과 제휴를 확대해 국내 여행지로 휴가를 떠난 고객들에게 특색 있는 ‘T멤버십’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법 보조금 지원을 아껴서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면 훨씬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기존 마케팅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5G를 직접 체감하고 선택하게 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대표 ‘쿨비치’인 해운대가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포동, 서면 상권에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부산 중구청 및 지역 상인번영회와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향후 국제시장과 부평동 깡통시장 등으로도 혜택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서울 익선동·성수동, 대전 둔산, 대구 동성로, 광주 상무지구 등 전국 각지의 지역 상권 내 상인들과 지역 연계 멤버십 제공을 위해 협의 중이다.

양맹석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 그룹장은 “한국이 5G 선도국가인 만큼 얼리어댑터 고객인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자 노력 중”이라며 “이 일환으로 지역 영세업체와의 연계 및 제휴를 통해 지역상권과 고객이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