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위반 피하려 근로시간 단축…대법 “노사합의해도 무효”

입력 2019-08-06 12:00 수정 2019-08-06 12:00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노사 간 임금협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택시기사 강모씨 등 4명이 운수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강씨 등이 속한 운수회사는 정액사납금제로 임금을 지급했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고정급’과 운행 실적에 비례하는 ‘초과운송수입’을 주는 형태다. 택시기사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갖는다.

그런데 2010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택시기사들이 받는 고정급만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된 것이다.

이에 강씨 등이 소속된 운수회사는 2011년과 2012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서류상 근로시간을 줄이면 시간당 고정급이 높아지면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강씨 등은 이러한 임금협정이 편법이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수당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회사와 강씨 등 근로자가 맺은 임금협정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2011년과 2012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부분은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4월 18일 “개정된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에 따라 2심 재판을 다시 판결하라고 결론내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