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中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위안화 ‘포치’(破七)에 환율전쟁 전방위 확전

입력 2019-08-06 09:12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환율조작”이라고 지적했고, 미 재무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에 약점을 타격했다. 미·중이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며 베이징의 불공정한 경쟁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들의 환율조작국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내 조달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금지되는 등 직접적인 경제 제재를 받게 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을 6.9위안 이상으로 고시했고, 이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깨진 것이다.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포치가 현실화되자 “환율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중대한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관리 정책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도 듣고 있나”라고 물으며 “이것(환율조작)은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을 매우 약화할 중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고 필요하다면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중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에 비해 충분히 큰 폭의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트윗을 올려 “중국은 우리의 사업과 공장을 훔치고 일자리를 해치며 우리 노동자의 임금을 떨어뜨리는 한편 농부들의 (농산물) 가격에 해를 끼치기 위해 환율조작을 항상 활용해 왔다”며 “더 이상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 국영기업들에게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히며 이는 미국의 추가관세 방침에 맞선 ‘보복조치’임을 분명히 하는 등 미국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농산물 구매 중단’에 대해 “미국이 30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로 중국과 미국 양국 정상이 오사카 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엄중히 위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가관세 부과 방침에 따른 ‘보복 조치’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외교부 웹사이트에 이같이 밝히며 “국무원 관세 세칙 위원회는 8월 3일 이후 새로 거래가 성사된 미국 농산물 구매에 대해 추가 관세를 면제하지 않기로 했다”며 “중국의 관련 기업은 이미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