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김성재 편 불방, 명백한 사전 검열” PD 단체 반발

입력 2019-08-05 22:46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고(故) 김성재 사망사건 편’이 사법부의 결정으로 결방된 데 데해 PD들이 단체 항의에 나섰다.

한국PD연합회와 SBS PD협회는 5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김성재의 전 연인 김모씨가 최근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대해 시청자 권리를 침해하는 “사전 검열”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연합회는 “방송 내용에 대한 최종 가치판단은 시청자·국민의 몫”이라며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국민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방송금지가처분을 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판사들이 만에 하나 그릇된 판단을 내려서 공익적 프로그램을 볼 시청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야말로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재판부가 기획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데 대해 “제작진의 양심을 판사가 임의로 규정한 것으로, 제작진을 모욕하고 깊은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김씨의) 인격과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 PD들의 명예와 인격도 조금은 존중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공정성’과 ‘균형성’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는 “5개월 동안 자료조사와 취재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SBS 자체 심의기구도 활동 중이다. 이 모든 시스템을 무시한 채 방송 비전문가인 몇몇 판사들이 프로그램을 재단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합회는 “고 김성재씨 사망사건은 엄연한 공적 사건”이라면서 “이를 밝히려는 공익적 보도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전 검열에 다름 아니다. 방송금지가처분 제도는 어떤 경우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검열’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BS PD협회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사전검열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5개월간 취재한 방송이 전파도 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제작진은 앞서 이번 방송에 대해 “미해결 사건으로 24년간 남아있던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드러났다는 복수의 법의학 전문가들의 제보로 기획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사건,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청인 김씨는 공적인물이 아니지만, 김성재 사망사건은 공적 사건”이라며 “그 신청인 개인의 인격과 명예만을 위해서, 공익적인 목적의 보도행위가 사전 검열로 금지되는 것은 타당한가.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과연 사법부가 추구한다고 천명한 ‘사법 정의’에 얼마나 부합한 판결인지 진정성 있게 되묻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일 김모씨가 명예 등 인격권을 보장해달라며 법원에 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결방했다.

제작진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의도가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도 못한 채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에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힙합 듀오 듀스의 멤버였던 김성재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95년 11월 20일 한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몸에서 수많은 주삿바늘 자국이 확인됐고, 사인은 동물마취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의 연인이었던 김씨가 1심에서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는데 2심과 3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