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슈와 문화적 소비는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는 국적이 있지만,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는 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교롭게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개봉하게 된 것과 관련한 답변이었다.
그는 “전 세계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었지만, 엄연히 한국영화”라며 “감독이 일본 사람이고 프로덕션이 일본이라고 해서 일본 영화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정된 날짜에 개봉하는 것이 당당하게 서는 일이라 생각했다. 작품 자체로 사랑받고 비판받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안녕, 티라노’는 지상낙원을 찾아 나선 덩치는 크지만 상처를 간직한 공룡 티라노와 부모를 잃은 아기 공룡 푸논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다룬다. 일본 동화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 ‘영원히 함께해요’가 원작이다. 순제작비는 49억원으로, 이 중 85%를 미디어캐슬이 투자했고 나머지 15%를 중국 자본으로 충당했다.
강 프로듀서는 “무엇보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희로애락이 다 느껴지는 것이 재미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사이클이 롤러코스터를 타야 관객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므로 우리 영화의 결말은 굉장히 잘 나온 결말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한국 영화사 미디어캐슬이 기획·제작·투자를 총괄했는데, 주요 제작진은 대부분 일본인이다. ‘명탐정 코난’을 연출한 시즈노 코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일본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은하철도의 밤’ 캐릭터 디자인을 한 에구치 마리스케가 작화감독으로 합류했다. ‘아톰’으로 유명한 테즈카 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 작품을 연출한 건 처음이었다”는 시즈노 고분 감독은 “가까운 국가이므로, 이 프로젝트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저는 넓고 큰 사랑이라는 주제를 그리고 싶었는데, 프로듀서들의 도움으로 이 주제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시즈노 고분 감독은 이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일어나지 마시고 마지막까지 봐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그 장면이 저희가 꼭 그리고 싶은 장면이었다. 꼭 많은 한국의 어린이들, 한국의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