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거론하면서 미국 정부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를 설득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도통신은 5일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오는 8월 24일 갱신 여부가 결정되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강경한 수출 규제를 이어간다면 양국 협정을 파기하겠다”며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지소미아는 연장을 원치 않는 쪽이 협정 만기 90일 전인 오는 24일까지 서면으로 파기 의사를 통보하면 자동 파기된다. 미국과 일본 양국이 협정 유지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지렛대 삼아 일본 정부의 규제 철회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 심사국)’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군사 협정을 핑계삼아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한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양국의 문제이며 중재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고위당국자는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3국이 만났다는 사실은 해법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교도통신은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까봐 우려하고 있으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오는 7일부터 직접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지소미아 유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 파기 여부에 대해 “지소미아는 일본이 먼저 요구해 체결된 것”이라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