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미 달러화 강세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소폭 늘며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외환 당국은 ‘외화자산 운용수익률 급감’ 비판에 맞서듯 외화자산 운용 성과를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031억1000만 달러로 6월 말보다 4000만 달러(0.01%) 늘었다고 5일 밝혔다. 11억 달러가 늘어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다.
지난달 증가폭은 보유액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달러 강세’ 국면이었음을 감안하면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준 화폐인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다른 나라 통화로 표시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을 깎아내리게 된다. 달러 강세가 이어진 지난 4, 5월에는 달러화로 집계된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달러화 대비 유로화와 호주달러화 환율은 각각 1.9% 떨어졌고,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4.0%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0.8% 떨어졌다. 반대로 주요 6개국 화폐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미 달러화 지수는 1.9% 올랐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던 6월에는 이 지수가 2.0% 가까이 하락하며 모처럼의 외환보유액 증가를 이끌었다.
한은은 지난달 외환보유액 증가에 대해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외화자산 운용수익 증가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외화자산을 굴리는 한은의 기여도를 강조한 셈이다.
한은의 설명은 최근 빚어진 외화자산 운용수익률 논란과 맞물려 반론처럼 들리는 데가 있다. 지난달 23일 한은의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한은의 외환보유액 대비 수익률이 1.95%로 8년 전인 2010년 3.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은은 입장자료를 통해 “(심 의원이 주장하는) 외환보유액 대비 수익률은 한은이 운용하는 외화자산의 수익률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한은이 외화자산 운용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자 관련 수치로 직접 수익률을 계산한 것이었다. 한은은 심 의원의 계산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안정성 훼손 우려 등을 들어 외화자산 운용수익에 관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달 운용수익에 대해서도 ‘증가’라고만 표현할 뿐 근거 수치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실제로 외환보유액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달 운용수익은 6월과 비교해 크게 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수익을 얘기해버리면 한은이 지금 어떤 자산에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간접적으로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며 “수익 공개는 중앙은행 간 수익률 경쟁으로 이어져 그보다 중요한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이나 유동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