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50만명 총파업에 교통마비…지하철 운행방해, 항공편 무더기 결항

입력 2019-08-05 17:04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5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진=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5일 홍콩 시내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1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파업에 들어간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우산들을 이용해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서 한때 공항 고속철 운행이 중단되고, 홍콩 섬과 가오룽 반도를 잇는 터널이 차단되기도 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총파업과 시위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나와 동료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할 책임이 있다”며 자신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금융인, 공무원, 교사, 버스 기사, 항공 승무원, 사회복지사, 언론인, 자영업자, 예술가 등 각계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진행됐다. 총파업에는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했다고 홍콩 재야단체들은 밝혔다.

젊은층 주측의 시위대는 총파업과 함께 홍콩 곳곳에서 ‘비협조 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민들의 도심 출퇴근을 막기 위해 다이아몬드힐, 라이킹, 포트리스힐, 위안랑역 등 4개 지하철역에서 오전 7시30분쯤부터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섰다. 우산을 지하철 문 틈에 끼워넣어 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문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젊은이도 눈에 띄었다.

이로 인해 홍콩 내 8개 지하철 노선 대부분이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홍콩 섬과 홍콩 국제공항을 잇는 공항 고속철 노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오전 11시쯤 돼서야 재개되는 바람에 공항 이용객들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또 시위대가 한때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터널 입구를 바리케이트로 막는 바람에 버스 운행도 크게 지연됐다.

홍콩국제공항도 민항처 소속 항공 관제사 20여 명이 집단 병가를 내는 형식으로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 공항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에 참여한 항공 관제사는 전체 관제사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또 홍콩 최대항공사 캐세이퍼시픽 등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캐세이퍼시픽은 출발편 70편, 도착편 60편 이상이 취소됐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이날 오후 애드머럴티, 몽콕, 사틴, 췬완, 타이포, 웡다이신, 튄문, 디즈니랜드 인근 등 홍콩 전역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전 기자회견을 얼어 “특정 요구 사항을 내건 이번 시위는 홍콩의 법과 질서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파업 참가자들이 700만명 홍콩 주민들을 상대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며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였지만 폭력사태로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 “700만명의 복지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나와 그리고 나의 동료들은 책임감을 갖고 직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시위는 송환법 반대로 시작했지만, 홍콩 정부의 법안 처리 절차 중단에도 일부 극렬분자는 시위를 이어가며 법치의 마지노선을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논평에서 “홍콩 시위에서 일부 극렬 시위대가 게양대에 걸린 국기를 끌어 내리고 바다에 던졌다”며 “이런 행위는 국가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