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은 지소미아 유지→교류 맞는지 검토’ 달라진 軍 스탠스

입력 2019-08-05 15:32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군 당국의 스탠스도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뒤 우리 정부 대응이 강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GSOMIA 연장 여부와 관련해 우리에 대해 신뢰의 결여와 안보사항의 문제를 제기하는 국가와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군사 목적으로의 전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수출국으로 분류한 상황에서 한·일 양국간 신뢰를 전제로 한 군사비밀 교환을 계속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당초 국방부는 GSOMIA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상황 악화 땐 파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GSOMIA 파기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정부는 내부적으로 GSOMIA를 연장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수출규제 등 신뢰가 결여된 조치를 안보 문제와 연계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파기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파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파기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파기 카드를 성급하게 꺼낼 경우 미국 중재를 끌어낼 만한 효과적인 유인책을 더 찾아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안보 문제로 비화시켰다는 적반하장식 비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여당의 강경론에 비해 신중한 검토 방침을 밝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략적으로 여당은 강경 대응 주문을, 정부는 파기 결정 가능성만 높여가며 미국의 중재와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일본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독도방어훈련을 이달 중 실시한 뒤 추가적으로 GSOMIA 파기 카드를 던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었다.

여당에선 GSOMIA 파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당장 GSOMIA를 파기하길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에 일본에 파기 통지서를 보내 우리 국민의 뜻과 경고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GSOMIA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피력했다가 스탠스를 바꿨다. 이 대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가 있던 지난 2일 비상대책 연석회의에서 “GSOMIA가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일본의 비정상적 경제침략으로 시작된 난국은 해결이 매우 어려워 보이고 오래갈 것”이라며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