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북한을 변호하고 있다는 박맹우 자유한국당 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국방위 전체회의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열린 오전 회의에서 박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북한을 변호한다”고 질책했고 이에 정 장관이 “발언을 취소해달라”고 답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오후 2시쯤 회의를 속개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방위원장은 “오늘 오전 야당 의원님의 발언에 대해서 여당 측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여당에서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에 양당 간사 간의 합의 조정을 위해서 정회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5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과 관련한 여야 공방이 내내 이어졌다. 특히 박 의원이 정 장관이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여야 공방이 격화됐다.
질의에 나선 박 의원은 “그간 장관이 한 언행을 보면 충격적으로 실망스럽다. 주적에 대한 답변이라든지, 최근 목선 사건에 대한 거짓말이라든지 사사건건 북한을 변호하고 (북한을 위해) 변명을 한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이라고 할 수 없다. 진퇴와 관련해서 용단을 내릴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이 말이 끝나자마자, 정 장관은 “적 개념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정확하게 말씀드렸다”며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장관은 다소 흥분한 듯 “제가 언제 북한을 대변했느냐, 제가 언제 북한을 위해서 그런 얘기를 했느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박 의원이 “그렇게 느낀다”고 뜻을 굽히지 않자 정 장관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 변호인’ 논란은 뒤이은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 실험으로 9.19 남북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데 제대로 경고 한 번 해봤느냐. 완전 우리는 무장해제 당한 채 당하고만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북한을 변호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고, 정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도 북한을 변호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한국당으로부터 정 장관이 북한을 변호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민홍철 의원은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에 대해서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 듣는다. 우리 안보의 모욕”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철회를 해주시거나 사과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는 장관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에 대해서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안 위원장도 “이 방송을 65만 전 장병이 보고 있다. 군 사기 문제도 있고 해서 발언에 신중히 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바른인식을 가져달라는 당위적 취지의 주문을 국방부 전체 군에 대한 전체의 명예와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동료 의원의 판단에 대해서 과도하게 토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