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는 상사와의 관계나 보직에 불만이 있으면 육아휴직을 한다.” 서지현 검사를 좌천성 인사조치하는 과정에서 수집됐다는 세평 중 하나다. 이는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인사 조치한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헛소문’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18일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5일 안 전 국장의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검찰국 인사 실무 담당자가 수집했다는 서 검사의 세평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목조목 따진 뒤 거짓으로 결론지었다. 안 전 국장 측이 “서 검사에 대한 인사는 세평, 복무평가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항변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안 전 국장은 2010년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서 검사의 육아휴직 시기를 토대로 세평이 허구라고 판단했다. 서 검사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은 2008년 10~12월, 2011년 5월~2012년 2월, 2015년 9월~2016년 9월 세 차례다. 재판부는 첫 번째 육아휴직은 “자녀가 2008년 7월 태생인 점을 고려하면 출산 직후 양육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 휴직은 여주지청에 근무할 때 건강상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세평을 사실로 인정하려면 서 검사의 마지막 육아휴직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제의 세평은 시간 순서상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서 검사에 대한 세평이 수집된 시점은 2015년 8월 정기인사 전이었는데 실제로 서 검사가 육아휴직을 낸 것은 그로부터 한달 뒤였다. ‘보직에 불만이 있으면 육아휴직을 낸다’는 세평이 육아휴직을 하기도 전에 만들어졌다는 얘기인데, 이는 시간 순서상 불가능한 일이다. 재판부는 서 검사에 대한 세평은 2015년 8월 당시엔 허위였고 인사 불이익을 줄 근거가 될 수 없었다고 논박했다. 재판부는 “세평은 주로 주요 보직자에 대해 수집하는 것으로 서 검사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며 “당시까지 서 검사에 대한 공식적인 세평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