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국당 가려면 혼자 가라” 퇴진론 배수진, 분당 초읽기

입력 2019-08-05 15:06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의원을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으려고 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분당 초읽기에 나선 모양새다.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온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며 “한국당에 가려면 혼자 가라”고 유 의원을 겨냥했다.

손 대표는 “제가 몇 달간 제 정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며 “이 수모를 당하면서 버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다당제의 초석인 바른미래당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이나 평화당과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연대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 10%가 나오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오늘 다 말했다”며 사퇴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또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유 의원이 ‘지도부 퇴진 이외에 다른 것은 사소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며 “이혜훈 의원이 조용술 혁신위원을 불러서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우리를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밝혔다”고 했다. 그는 “이를 종합하면 바른정당계가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고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손 대표가 허위사실로 나를 비난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전 위원장이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 재편을 혁신위가 추진하겠다’는 말에 내가 ‘야권재편은 혁신위가 할 일이 아니다. 혁신위는 당의 자강과 혁신을 말을 해야지 왜 한국당과 합당을 말하느냐’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손 대표) 본인의 생각을 옳다고 주장하며 합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게 가식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왜 10개월 동안 손 체제에 대해서 수많은 당원이 변화를 요구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손 대표가 추석 사퇴는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게 손 대표의 한계”라며 “기본적으로 국민과 한 약속인데 그걸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비당권파 혁신위원들은 이날 오후 ‘지도부 공개검증’을 예고했다. 오 원내대표와 권은희 최고위원이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질의 등에 대한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