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5일 오전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 경위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전시 중단 압박이 “헌법 위한 혐의가 농후하다”고 밝혔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하지만 소녀상 전시 중단은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안전 문제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오무라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을 겨냥해 “헌법 21조가 금지한 ‘검열’로 보인다”며 “헌법 위한 혐의가 농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가와무라 시장은 2일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며 항의문을 제출해 전시 중시를 압박했다. 일본 유신회의 스기모토 카즈미 중의원 의원도 “공적인 시설이 공적 지원에 힘입어 하는 행사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며 전시의 중지를 압박했다.
오무라 지사는 “행정이나 관청 등 공적 영역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라도 표현은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획전 비용은 420만엔 전액 기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무라 지사는 소녀상 전시 중단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을 제일로 생각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휘발유를 살포하겠다’는 협박 메일이 현에 왔다며 경찰과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무라 지사는 3일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중단을 예고했다. 그는 “테러 예고나 협박 전화 등으로 사무국이 마비됐다”며 “예술제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음날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최초로 진행됐던 소녀상 전시는 사흘 만에 결국 중단됐다.
일본 극우 세력 등의 항의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지만,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돼왔다.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를 고발하기 위한 이 전시회는 역설적이게도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일본 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