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사 전 진술거부·변호인 조력 의사 명확히 확인해야”

입력 2019-08-05 13:07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조사 전 진술거부권·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고 이를 행사할지 여부를 확실히 주지시키지 않았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지난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 일대의 한 도로에서 보복 운전 및 도로교통법 위반을 한 운전자가 있다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확인하고 내사한 끝에 A씨를 해당 인물로 특정해 조사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사건 관할인 경기 B 경찰서 교통조사팀에서 2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담당 경찰은 “A씨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구두로 고지하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조사 종료 후에는 확인서를 자필로 기재하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에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1차 조사에 대해서는 “실무상 범죄 혐의가 명백하지 않아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했기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경찰이 조사 전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에 대해서는 고지했지만 이를 행사할 것인지 제대로 질문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등 방어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이 ‘지금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받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영상 내용대로만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을 들어 A씨 스스로가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봤다.

1차 조사에 대해서도 “혐의 사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조서 형식과는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피의자 신문의 성격을 가졌다”며 조사 전 진술 거부권,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당시 A씨를 조사한 담당 경찰이 소속 기관의 자체 조사를 통해 주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담당 경찰서장에게 “피의자 신문 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고 행사 여부를 질문해 제대로 확인하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