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가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쳤다.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 불과 3점만 더하면 승리할 수 있었던 3세트 막판부터 추격을 허용해 역전패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얀타르니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 예선 E조 3차전에서 러시아에 2대 3(25-21 25-20 22-25 16-25 11-15)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 전적 2승 1패로 E조 2위에 머물렀다. 각조 1위에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은 3전 전승으로 E조 선두를 차지한 러시아에 넘어갔다. 한국은 내년 1월 아시아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앞서 캐나다(3대 1)와 멕시코(2대 0)를 연달아 잡고 러시아를 만났다. 러시아는 장신의 블로킹 벽을 앞세워 최근 전력을 급성장시킨 세계 랭킹 5위의 강호다. 세계 9위의 한국은 적진에서 일방적인 응원에 휩싸여 쉽지 않은 승부를 벌여야 했다.
한국은 1~2세트만 해도 김연경(에자즈바쉬)과 이재영(흥국생명)의 레프트 ‘쌍포’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김연경의 활약이 빛났다. 세 명이 달라붙은 러시아의 블로킹 벽을 뚫을 만큼 타격은 강력했다. 동료의 서브 범실로 공격권이 넘어갈 때마다 득점하는 위기 관리 능력도 발휘했다. 그야말로 해결사였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두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25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 22-18로 앞선 3세트 막판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블로킹 벽이 살아났다. 김연경의 공격은 연달아 가로막혔다. 한국은 한순간에 22-22로 동점을 허용했고, 조급한 마음에 무너졌다. 승리를 불과 3점만을 남기고 내리 7점을 내줘 3세트를 빼앗겼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 한국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 5세트에서 한때 11-9로 앞섰지만, 러시아의 높은 블로킹 벽을 뚫지 못하고 다시 무너졌다. 러시아의 속공에 연이어 실점하고 11-14까지 벌어진 매치 포인트에서 서브 에이스를 헌납하고 패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