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출가스 측정기에 면장갑 씌운 자동차검사소, 30일 업무정지 정당”

입력 2019-08-05 06:00

자동차종합검사소가 배출가스 측정기에 면장갑을 씌워 매연 측정수치를 줄인 경우 고의·과실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자동차종합검사소 A사가 서울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자동차검사원 직무정지와 종합검사지정정비사업자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A사는 ‘종합검사지정정비사업자’로 배출가스 측정 등 자동차종합검사를 수행해왔다. A사는 2017년 8월 트럭 1대와 유조차 1대의 배출가스를 측정하다가 불합격 수치가 나오자 매연 측정기의 체취 호스에 면장갑을 씌워 재검사한 뒤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를 본 검사원 B씨는 A사를 교통안전공단에 신고했고, 공단은 그해 9월 A사와 소속 자동차검사원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성동구청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이듬해 4월 A사와 소속 검사원에 대해 30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자동차 배기구의 물기가 측정기에 들어가 오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면장갑을 장착한 것”이라며 “실제로 문제된 자동차 2대 중 1대에 대해 경찰이 배출가스를 다시 측정하자 적합 수치가 나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배출가스 측정기에 유입되는 물기는 검사 이전에 차를 예열해 제거할 수 있다”며 A사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A사처럼 자동차 배출가스를 측정하면 배기구에서 나온 배출가스가 면장갑을 통과하면서 여과돼 실제보다 매연 농도가 적게 측정될 수 있다”며 “매연 농도를 측정하기 전 적합 판정 수치라고 할지라도 면장갑을 씌운 것 자체로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정지 처분 같은 행정법규 위반 시의 제재 조치는 위반자가 의무 위반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서 배출가스를 고의로 실제와 달리 측정한 게 아니라고 해도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