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독립 선언‘ 당정청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

입력 2019-08-04 18:04 수정 2019-08-04 18:27
이낙연 국무총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긴급 협의를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당정청은 또 현 위기 상황을 ‘기술독립’을 통해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체질을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의 ‘극일(克日)’ 의지가 역력했고, 어느 때보다 결기와 비장감이 가득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 뒤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산업의 핵심요소인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 측에서 5일 발표할 주요 정책 내용을 보고했고, 여당에서 그간 현장에서 취합한 여론을 적극 개진하며 활발한 토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지난주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안으로 마련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 2700억원을 적재적소에 신속히 집행하고 내년도 예산에서도 최소 1조원 이상을 확보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또 기술자립을 위한 대·중소기업간 협력과 상생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정책위의장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내 공급망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수요기업과 수요기업 간 협력에 대해 자금, 세제, 규제완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 강력한 상생협력모델을 구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정청은 기업맞춤형 실증·양산 테스트베드를 확충키로 했다. 당정청은 국내 산업의 가치사슬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신속절차를 통해 속도감 있는 지원을 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글로벌 수준의 전문기업을 향후 5년간 100개를 지정해 육성함으로써 기술자립을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또 핵심 기술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기술제휴, 해외 투자유치 등 개방형 기술획득 방식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전문기업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소재·부품·장비로 확대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틀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워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회의는 시작부터 비장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회의장 뒤편엔 태극기를 배경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화위복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해 상세한 산업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일본의 공격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기업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정부는 광범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결정하지 못한 여러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당에선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이 총리를 필두로 홍 부총리와 경제 분야 주무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김 정책실장과 함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왔다.

김나래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