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 트리엔날레 박찬경 임민욱 작가, “내 작품도 철거해달라”

입력 2019-08-04 17:29 수정 2019-08-04 17:38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특별전 작품인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에 항의해 다른 한국 작가들도 행사 사보타지에 나섰다.

4일 미술계에 따르면 본 전시에 참여한 박찬경·임민욱 작가는 3일 밤 트리엔날레 사무국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들의 작품 철거 및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박 작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표현의 부자유를 비판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를 또 검열해 중단하는 것은 이중 검열이나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현지 큐레이터들의 항의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출품한 제 작품의 철거 요청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찬경 작가의 '소년병’(2017년)의 주요 장면으로 인민군으로 분한 소년이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장면(왼쪽)과 죽음을 암시하듯 군복이 날아가는 장면(오른쪽). 연약한 소년군의 이미지를 통해 북한을 강적으로 보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 작가 제공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2010년부터 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 행사다. 4회째인 올해는 언론인 출신의 쓰다 다이스케가 예술감독을 맡아 ‘정(情)의 시대’를 주제로 30개국 90명(팀)의 작가를 초청했다. 한국인으로 초청받은 박 작가는 영상작품 ‘소년병’을, 임 작가는 설치 작품 '아듀 뉴스'를 출품했다. 두 작가는 또 각자의 이름이 찍힌 '검열에 반대한다'라고 적힌 전시 소식지를 각자 전시공간에 붙이려 했으나, 트리엔날레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무산됐다.

전시가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전은 본전시와 별도로 오카모토 유카 큐레이터 등이 기획한 특별전이다. 일본에서 외압으로 눈앞에서 사라진 표현을 모아 현대 일본의 표현 부자유 상황을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한국 작가로는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과 안세홍 작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진 연작인 ‘겹겹’이 출품됐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