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예정대로 5일부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에 돌입한다. 북한이 CPX에 대한 반발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연습기간 중 추가로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오는 20일까지 CPX를 실시한다. CPX는 실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된다. 한국 쪽에서는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등이, 미국 쪽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특히 이번 연습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기본운용능력(IOC)을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연습기간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한다. 북한이 CPX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추가 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 CPX 등을 이유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인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자’를 향해 “최신무기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CPX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밖에 북한은 CPX를 이유로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쌀 5만t 수령을 거절하고 있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일 북한이 이달 중 추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지난 2일 새벽 동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닌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8월 2일 새벽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또 다시 지도했다”며 “시험사격은 대구경 조종 방사탄의 고도억제 비행성능과 궤도조종능력 및 목표 명중성을 검열할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미 당국은 이번 발사체의 제원을 분석한 결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와 북한 측 발표가 또 한번 엇갈린 셈이다. 합참은 지난달 31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는 북한 측 발표에도 이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KN-23)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비공개 회의를 연 것을 놓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사체의 사거리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탄도기술을 이용한 발사 그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자위권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