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일명 열병)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751명(사망 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신고자 2853명, 사망 40명)에 비하면 적지만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피부가 달아 오르고 물집이 생긴다면 ‘일광 화상’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심하면 물집이 나거나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오를 수 있다. 이 경우를 ‘일광 화상(日光火傷)’이라 한다. 글자 그대로 햇볕에 화상을 입는 것이다.
예방이 최고지만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찬물로 찜질해 주자.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 일광화상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외선에 대한 피부 반응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이 때가 직사광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쬔다. 이 밖의 시간에는 외출 30분 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에 나가는 것이 좋다.
#극심한 더위로 실신한다면 ‘열실신’
푹푹 찌는 더위에 노출될 경우,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인데,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에 주의하면서 머리를 낮게 해준다. 증상이 심하다면 수액을 보충해준다.
#더위 속에 운동한 뒤 근육경련이 났다면 ‘열경련’
무더위 속에서 오랜시간 운동하면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데, 전해질(칼륨, 나트륨)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만 섭취하면 ‘저나트륨증’이 온다. 근육경련은 이때 발생하기 쉽다. 열경련이 나타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해당 근육을 스트레칭해 준다. 안정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먹거나 정맥 투여하면 열경련은 금방 회복된다.
#수분 보충 없이 장시간 더위에 노출돼 어지럼증, 혼미 느낀다면 ‘열피로’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거나 저농도의 전해질만 보충하면 열피로가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구토, 혼미 등이 있다.
‘열탈진’이라고도 불리는데, 보통은 체온이 40도가 되지 않으므로 급속 냉각 처치는 필요없다.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면 회복된다. 다만 고열이나 의식변화가 발견되면 열사병에 준해서 치료해야 한다.
#40도 이상 고열에, 땀이 나지 않는다면 ‘열사병’
열사병은 노인이나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심장질환, 치매 환자 등이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열피로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 구토가 심하고 의식변화가 나타난다. 보통 심부 체온이 40도가 넘으므로 찬 물이나 얼음물 등으로 급속냉각을 시키면서 병원으로 빠르게 후송해야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일 “열실신과 열경련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지만 열피로와 열사병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모든 열손상은 치료보다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힘든 운동을 하거나 바깥일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선우 교수는 “특히 65세 이상 노인, 심장병 환자, 비만한 사람, 이뇨제·항우울제·항히스타민제 등 만성적 약물 복용자, 치매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더 위험하므로 폭염이 있는 날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