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눈치보는 트럼프?…아베에 “北미사일 도발, 이해해줘”

입력 2019-08-04 15:41 수정 2019-08-04 17: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북측의 도발을 용인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4일 미·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면 북측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북·미 관계가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를 포함해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요구해온 아베 총리에게 미국의 현 대북 기조를 따를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이 일주일 사이 세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구인 나를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지난 며칠간 단거리미사일을 세 번 시험했다”면서도 “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당시 단거리미사일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전을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며, 너무 똑똑한 사람이라 그 길로 나서지 않을리 없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두 번째 미사일 도발을 했을 때도 “단거리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의미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북측의 심기만 살피며, 해당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어 실질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입장은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핵 실험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한 것을 주요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유화적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핵 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 비판이 집중될 수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는 용인해가며 북측에 운신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계속해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아베 내각은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저자세를 묵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의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약화되면서 각국이 동맹의 틀에서 벗어나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대북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