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전’은 한반도 평화를 진전하는 반석이 될 수 있을까. 북한축구협회가 오는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 개최로 일정을 확정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은 남자 축구에서 29년 만에 성사된 한국의 방북 경기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한의 발사체 시험,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요동치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남북 평양전은 스포츠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장이 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4일 “북한축구협회가 지난 2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과 장소를 확정한 공문을 발송했다. AFC는 그 내용을 같은 날 오후 4시에 우리 협회로 전달했다”며 “방북 경로를 포함한 실무를 5일 이후부터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북한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나란히 H조로 편성됐다. 오는 10월 15일 북한에서 3차전, 2020년 6월 4일 한국에서 7차전이 각각 예정돼 있다. 북한은 여기서 3차전 격전지를 평양으로 확정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월드컵 예선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문을 열지 않았다. 남북한이 월드컵 예선에서 격돌한 6차례 승부에서 한국 홈경기는 모두 서울에서 치러졌고, 북한 홈경기는 제3국인 중국에서 개최됐다. 남북의 월드컵 예선 전적은 6전 3승 3무로 한국의 우세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 2017년 4월 7일 평양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반면 남자 대표팀의 방북은 1990년 10월 11일 남북 친선경기 1차전 이후 29년간 없었다. 당시 한국은 평양 원정에서 1대 2로 패배했고, 같은 달 2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북한 대표팀을 부른 2차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번 남북 평양전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인 의미와 별도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로 평가된다. H조를 구성한 나머지 팀은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다. 한국을 견제할 수 있는 팀은 북한 정도밖에 없다. 한국은 전력에서 북한보다 앞선다. 변수는 어느 곳보다 복잡한 방북 경로에 있다.
여자 대표팀은 2년 전 방북에서 중국 베이징을 경유했다. 남자 대표팀이 같은 절차를 거칠 경우 10월 10일 스리랑카와 2차전 홈경기를 마치고 1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야 최소 이틀 이상의 평양 적응 훈련을 가질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인천발 평양행 직항로를 배제하지 않고 이동 경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