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의 해법 “트럼프, 北미사일 두둔 접고 한국 감정 이해해야”

입력 2019-08-04 15:12 수정 2019-08-04 16:14
그렉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 “대북 강경책보다 더 비합리적인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또 한·일 갈등에 대해선 “미국의 중재 없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일제 강점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을 축소해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의미 있는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한국 제외라는 ‘쌍끌이’ 파고가 한국을 덮치고 있다. 국민일보는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과 관련해 지난 2∼3일 미국 싱크탱크와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 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北, 단거리 미사일 용인되면 중거리 미사일 발사도 시작할 것”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8일 사이에 세 차례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단거리 미사일이라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추진했던 ‘톱다운’ 접근법은 북·미 대화를 여는 데는 올바른 길이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은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미·일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도발로 규정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더 이상 도발이 아닌 것으로 규정된다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용인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이며 이런 패턴으로 중거리 미사일 발사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금지시켰던 북한의 무기 능력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북한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시도는 항상 비틀거리고 좌절에 빠진다”고 비난했다.

“北 미사일, 한국 겨냥한 것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노린 것”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북·미 협상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북한 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력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풀이했다. 그는 대북 제재 강화와 북·미 대화 추진이라는 투트랙을 주문했다. 크로닌 석좌는 “의도된 도발에 겁을 낸다면 북·미 협상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외교적 대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해 불만을 품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믿는데, 이는 부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전략적 대화”라고 설명했다.

가우스 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제재 완화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체제 보장이나 인도적 지원은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파기,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미국 전문가들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문제가 깔려 있어 풀기 힘든 숙제”라고 입을 모았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 이전에 미국이 전방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지난 7월 1일) 이후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면서 “미국은 그 기간 동안 한·일 양국에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를 끝까지 막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책망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검토에 대해선 우려의 뜻을 전했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일본에는 사실상 아무 피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북아에 더 큰 안보 위기 등 외부요인으로만 한·일 갈등 풀릴 수 있을 것”

프리도프 연구원은 또 “이번 갈등을 풀기 위해선 한·일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깊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어 “현 상황에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동북아 지역의 더 큰 안보위기라는 외부 요인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예견을 내놓았다. 그는 “미·중 군사충돌이나 북·미 갈등 등이 발생해 한·일 양국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 와야 한·일 갈등의 해결점이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불길한 전망이긴 하나 외부의 충격요인이 없이는 한·일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우스 국장은 “한국에는 진보 성향의 정부가, 일본에는 보수 성향의 정부가 있는 것도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북·미 대화에 진전이 없는 것도 한·일 갈등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일 양국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로닌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를 주문했다. 그는 “한·일 갈등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위험에 빠졌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한·일 갈등은 무역 분쟁뿐만 아니라 정치적 대립 성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과속을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의 갈등도 한·일의 정치적 갈등 사례”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