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제1선발 투수 브룩스 레일리(31)는 지난 3일 두산 베어스와의 사직 경기에 출격했다.
레일리는 1회초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10구 만에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초엔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4타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투구는 계속됐다. 3회초와 4회초 역시 3타자로 끝냈다.
5회초엔 볼넷을 한 개 내주긴 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6회초도 볼넷 1개를 내주면서도 이닝을 손쉽게 마무리했다.
7회초 위기가 찾아왔다. 김재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허경민의 타구 때 롯데 3루수 제이콥 윌슨이 3루 주자 김재환을 잡아냈다. 그리고 김재호도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런데 믿었던 문규현이 장승현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흔들릴만도 했다. 그러나 레일리는 정수빈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8회초도 마운드에 올랐다. 5구 승부 끝에 박건우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투구수는 95개로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임경완 투수 코치와 대화한 뒤 공을 건넸다.
불펜 투수 고효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주환에게 우측 라인 2루타를 허용했다. 무사 2,3루의 위기가 됐다. 오재일을 삼진 처리한 뒤 김재환은 고의 4구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가 됐다.
고효준은 페르난데스에게 좌익수 방향으로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1-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레일리의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TV 화면은 덕아웃에 있는 레일리를 잡았다. 그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자신의 승리 요건이 날아갔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롯데는 8회말 이대호의 결승타와 손승락의 마무리로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9번째로 레일리의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경기였다.
레일리에겐 어찌보면 익숙한 장면일지 모른다. 레일리는 22경기에 나와 15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3.49다. 피안타율도 0.264로 준수하다. 그런데 5승 8패다. 승리보다는 패전에 익숙해져버린 레일리다.
레일리는 롯데 5년차 투수다. 2016년 8승에 이어 최저 승수를 기록할지도 모르는 시즌이다. 재계약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기에 1승이 더욱 소중했을 레일리다. 그러나 그는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 팀 동료 투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8회초를 마무리하고 내려온 고효준은 덕아웃에서 레일리에게 미안함을 표시했고, 레일리는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롯데의 남아 있는 희망을 보는 순간이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