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돈 빌려서 산 주식 9개월 만에 최저치

입력 2019-08-04 14:27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여파 주가 하락 탓

<게티 이미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한달 만에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시가 활황일때 증가하고 침체일 때 감소한다. 잔고가 급속히 줄었다는 건 그만큼 증시가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지난 1일 기준으로 9조28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8일(9조2670억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저 규모다. 한달 전 잔고(10조3632억원)와 비교하면 10.4%(1조746억원)나 쪼그라들었다. 코스피가 4조7460억원에서 4조2827억원으로 9.8% 줄었고, 코스닥은 5조6171억원에서 5조59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세는 주가 하락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국내 증시는 잇따른 악재로 부진한 흐름세를 이어왔다. 지난달 1일과 지난 1일 종가를 비교하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28%, 10.59% 떨어졌다. 급기야 코스피는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우대 국가) 배제와 미·중 무역갈등 고조 등으로 7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산 주식이 주가 하락 여파로 ‘반대매매’ 물량으로 출회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더 빠르게 감소한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때 주식 매수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일괄 매도 처분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 미수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규모는 114억원이었다. 지난 1월 8일(129억원)과 3월 7일(119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였다. 같은 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8.9%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 “대외환경 악화로 당분간은 바닥을 확인하는 주가 흐름 전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