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억원 규모 재고 반품, 559명 인건비 떠넘긴 CJ올리브영

입력 2019-08-04 13:58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1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헬스앤뷰티(H&B) 업종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올리브영은 재고품을 마음대로 반품하고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불법 파견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4일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72개 납품업체로부터 직매입한 상품 57만여개, 41억원어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법규는 대규모유통업자의 반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정 계절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시즌상품’의 경우에만 직매입 거래 계약을 맺을 때 반품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예외 허용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직매입한 상품 중 약정서에 기재되지 않은 건전지나 영양제, 칫솔·치약 등 일부 품목을 일정 기간 내 집중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반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들을 임의로 파견 받아 사업장에 근무하게 하고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유통업자는 원칙적으로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쓸 수 없다.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납품업체가 파견의 이익과 비용 등을 따져서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한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1개 납품업체에서 종업원 559명을 파견받았으나 사전에 파견 요청 서면을 제출한 납품업체는 없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판촉비도 납품업체들에 떠넘겼다. 회사 측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1개 납품업체와 판촉 행사를 하면서 사전에 비용분담 등을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고 판촉비 2500만원을 부담시켰다.

판촉은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이익이 되므로 비용을 분담해야 하며, 유통업체가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면 안 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6개 납품업체와 254건의 직매입 등 거래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상품을 발주하기도 했다. 발주 후 최대 114일이 지난 뒤에야 계약서를 교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4개 납품업체에는 특약 매입 거래를 하면서 지급해야 하는 상품판매대금 약 23억원을 법정 기한이 지난 뒤 지급했다.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 지연 기간에 이자를 내야 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는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서야 600만원의 이자를 모두 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해 H&B 분야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전통적 채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돼 나타나는 각종 전문점 등 신규 유통채널의 불공정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측은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대부분 서류 누락 등 절차상의 문제였다”며 “공정위 조사 이후 신속히 자진 시정했고 재발 방지 조치도 모두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