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선택과 집중’… 카드사-거대 유통업계 ‘특화 카드(PLCC)’ 경쟁 돌입

입력 2019-08-04 13:31 수정 2019-08-04 15:23
카드 업계 PLCC 경쟁 활발
비용 줄고, 고객 만족도 높아 ‘일석이조’
일부 PLCC는 무제한 포인트 적립도
카드업계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


카드사들이 거대 유통업체와 손잡고 ‘특화 카드(PLCC)’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체의 고객을 카드사 회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 데다 비용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제휴 업체는 대형마트에서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다양하다.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란 뜻으로 말 그대로 가맹점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는 신용카드다. 일반 제휴 카드보다 포인트 적립률이 최대 8배에 달하는 등 혜택이 넉넉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롯데 계열사들과 제휴를 맺고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에서 결제한 금액의 5%를 현장에서 할인해준다. ‘엘 페이(L.Pay) 롯데카드’는 롯데 주요 계열사로 범위를 한층 넓혀 결제한 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혜택과 범위 사이에서 취향껏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대형마트를 두고 한판 붙었다. 삼성카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홈플러스에서 각각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이더스 신세계’ ‘홈플러스’ 전용 카드를 앞세웠다. 추가 할인되는 크고 작은 행사를 지속해서 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 24일부터 코스트코의 단독 제휴 카드사가 됐다. 최대 3% 포인트 적립 가능한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를 내놨다. 업계에선 국내 회원 수가 190만명 수준인 코스트코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코스트코 제휴 ‘기 싸움’이 치열하다. 높은 매출은 물론 고객 충성도도 높아 꾸준한 수수료 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카드사가 PLCC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비용 절감이 절실해서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90%가 넘는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하향 적용했다. 신규 고객에게 부가서비스 혜택을 마음대로 줄이지 못하는 의무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소위 ‘혜자 카드’ 신규 발급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카드사마다 수익성 분석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있는 카드만 발급 허가를 주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선 중·소형 카드사나 신규 시장에 진입한 카드사에 신상품 규제가 다각도로 이뤄지면 카드사 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이런 악재들이 카드사의 ‘구원투수’로 PLCC가 급부상한 배경이 됐다. PLCC는 카드 운영비용을 유통업체와 분담하는 구조다. 기존 일반 제휴카드의 모든 비용을 카드사가 짊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유통업체 회원을 그대로 카드사 회원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PLCC의 매력이다. 카드 모집인에 들어가는 고용비나 홍보비가 들어가지 않아서다. 한 번의 카드 발급으로 여러 가맹점에서 혜택만 쏙 빼가는 일명 ‘체리피커’(얌체 고객) 진입도 방지할 수 있다.

카드 소비자들도 PLCC 발급에 적극적이다. 쓸모없는 혜택이 잡다하게 많은 카드보단 내실이 있으면서 혜택이 강화된 카드를 원하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스마일카드’는 온라인 채널에만 의존했는데도 출시 1년 만인 지난 6월 1일 발급자 42만명을 돌파했다. 고객만족도 조사인 순추천고객지수(NPS) 조사에서도 이 카드를 추천한다는 고객(55%)이 추천하지 않는다는 고객(15%)보다 3배가량 높았다.

카드 업계에선 PLCC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도 11번가, CJ와 각각 제휴를 맺고 PLCC 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특수목적을 가진 PLCC같은 ‘표적형 카드’가 사용 범위만 넓고 혜택은 적은 ‘범용성 카드’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