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의 한 마을에 쿵쿵거리는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집짓기가 한창인 공사장 한쪽으로 안전모를 머리에 쓰고 공구 주머니를 허리에 맨 남녀가 모여들었다.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은 장맛비가 오락가락 했고 30도가 넘는 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얼음물이 담긴 안전모를 뒤집어 쓰는 ‘아이스 헬멧 챌린지’도 진행하며 더위를 식혔다.
빨간 안전모를 쓴 작업 팀장은 “2인 1조로 팀을 짜 한 명은 나무판을 잡고 한 명은 톱질해서 이렇게 삼각형 모양으로 자르는 겁니다” 하면서 먼저 시범을 보였다. 20대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 참가자는 “톱질하는 게 만만치 않던데”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이내 톱을 들자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내리쬐는 햇볕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톱날에 눈을 고정한 채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국제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이사장 윤형주)가 주관한 ‘2019 한국번개 건축’ 행사 현장 모습이다. 한국해비타트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이날부터 지난 3일까지 소외 계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열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에만 연인원 5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행사장 근처에 있는 목천성결교회 김성열 목사와 성도 10여 명은 봉사자를 위해 팥빙수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주택은 3층짜리 건물 2채다. 한 층에 각각 74.38㎡(약 22.5평)의 크기로 2가정이 거주할 수 있다. 지난 4월 첫 삽을 뜬 이후 그동안 전문가와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거쳐 현재 60% 정도가 완성됐다. 긴급재난 시 우선으로 지원될 이동식 목조주택 2채도 함께 제작 중이다.
김소영 경인고 교사는 제자 26명과 함께 봉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13년 전 동료 교사와 함께 봉사를 왔다 얻은 보람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면서 “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돕겠다. 입주자분들이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형주 이사장도 이날 직접 공구 주머니를 허리에 매고 집짓기 봉사에 참여했다. 윤 이사장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봉사하는 젊은이들을 통해 한국의 소망을 본다”면서 “남을 위해 시간과 힘을 쏟는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 또 “봉사자들의 수고와 섬김, 헌신을 통해 한 가정의 보금자리가 생긴다는 건 기적이다”면서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혜택을 본 입주자들도 그들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흘려보내 또 다른 기적을 낳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보금자리 12채가 완공되면 한국해비타트의 내부 심의를 거쳐 입주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대상은 무주택자이면서 앞으로 10년간 일정 금액의 이주비용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천안시 거주자다. 소득수준이나 장애인, 한부모 및 다문화 가정 여부도 고려 대상이다. 최종 선정되면 내년 초에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