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과 엄중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긴밀한 공조를 통해 범정부 대책을 신속하고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지자체들은 각 지역 내 기업 피해 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진영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 부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 외교-경제 상황 지방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우리 국가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지역기업 경영 여건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지자체도 중앙정부가 마련한 종합 대응책을 공유하고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행안부는 지방과 공조체계를 유지해 기업 피해현황 등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자치단체의 지방세 감면 조치를 지원하는 한편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 신성장분야 성장 촉진, 관련 유망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제혜택 연장 등을 검토하여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추경예산안 후속조치로 국고보조사업이 지자체 예산에 적기 편성될 수 있도록 대응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지자체 추경 편성 전이라도 국비에 대해서는 우선 집행으로 추경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지방추경 과정에서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한 자체사업 편성, 중소기업 지원 및 경제활성화 사업 집행도 강화하기로 했다.
진 장관은 “정부는 일본의 무역보복과 파급효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자치단체들과 신속하게 공유하고, 관련 지원 대책을 치밀하게 마련하겠다”면서 “자치단체도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과 함께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모든 가용 대책을 발굴하여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자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대책상황실’을 5일부터 전면 가동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다. 앞서 지난 2일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체질을 개선해 나가도록 지원하기 위한 2단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 대책은 피해조사단 구성 및 대응체계 마련, 긴급 재정투입을 통한 기업 피해 최소화, 부품 및 소재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적극 지원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피해정도와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업종별, 협회 및 단체, 유관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일본 무역보복 피해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출규제 대상 품목 등 관련 기업 실태 조사에 나선다.
시는 중소기업육성자금기금을 활용해 2000억원의 긴급자금 수혈에 나선다. 융자한도를 최대 5억원까지 확대하고, 이자도 1.5% 수준으로 최소화해 기업부담을 낮춘다. 또 일본 수입거래 곤란 시 매출채권 미회수 등으로 업계 연쇄 도산이 우려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과 협력해 피해업종 기업의 매출채권 보험 가입을 지원한다. 보험료의 50%를 재정으로 지원하며 총 보장규모는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부산시는 피해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특별 지원대책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먼저 긴급대책으로 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출규제 지원대책반을 4개 반으로 확대 강화해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 피해상황 파악을 통해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수출규제 관련 안내, 피해기업 상담 등 ‘수출규제 피해기업 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지역 제조업 기업 수입국가 변경을 위한 판매처 발굴 경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총 100억원 규모의 긴급특례보증도 시행한다.
이와 함께 부산경제진흥원 및 부산상공회의소에 ‘수출규제 피해기업 지원센터’를 설치해 피해상황을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다. 시는 시 오사카 무역사무소에 ‘수출입 바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통상자문코디네이트 활용 자문, 일본경제동향 메일링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지역기업을 현지에서 밀착 지원하며 피해기업 지방세 부담경감을 위해 6개월(최대 1년) 범위 내 지방세 기한연장 및 징수유예 조치, 세무조사 유예 등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일본의 조치가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단장 이화순 행정2부지사)’를 구성했다.
도는 긴급자금 및 산업피해 조사, 대체물량 확보 및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긴급경영특별 자금 및 상환유예 확대 검토 등 기업맞춤형 지원도 진행한다. 피해분야 품목 정보 제공과 경기도 산업피해 실태 조사를 추진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해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국산화 정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수출규제 품목 수입선 다변화 등 대체물품 확보도 지원할 방침이다. 대체기업 조사 및 수입선 변경 지원을 통해 생산차질을 최소화하고,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우선해 외투기업 유치 및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2일 인천 무역 유관기관과 일본 수출규제 확대에 대한 긴급 공동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시는 오는 5일 1차로 ‘수출규제 대응 TF’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업들에 대한 대응방안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하여 수출 규제 확대에 따른 피해 최소화 및 보다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위해 통합사무실 설치 및 기관별 인력 파견도 검토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무역관련 기관·기업 등의 개별적 대응보다는 체계적이고 상호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위해 무역 유관기관 인천중소벤처기업청 등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수출규제 대응 TF’를 구성하고 피해 신고센터 5곳을 운영해 피해기업 신고가 접수되면 자금 지원 등 유관기관 간 협업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로 기업의 피해가 확산될 경우 피해 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과 지원 필요사항을 파악하여 공동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자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대응 방안에 들어갔다.
울산시의 경우 자동차 산업 부문은 90% 이상 국산화돼 있는 만큼 기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품과 소재 생산에 들어가는 첨가제 등은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밀화학 분야에서는 첨가제와 촉매제 등 일부 핵심 소재를 일본이 공급하고 있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울산시는 소재개발 할 수 있는 기반구축 사업과 연구개발 사업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지역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주 초 시장 주재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시는 일본이 1차 수출제한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지역기업의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모색해왔다.
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지역기업은 854곳으로 수입 규모가 약 6억5073만 달러(77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지역 대일 수입은 기계, 화학, 철강금속 등 제조업 관련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본 수출제한조치 확대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기계, 부품, 소재 분야 대일 수입 상위 25개 품목 중 대일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6개로 분석됐다.
6개 품목의 지역기업 동향을 살펴보면 소재·부품 분야는 상대적으로 대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기계분야는 신규설비투자·부품확보 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분야별 동향을 살펴보면 섬유분야 기업들은 자동차, 전기·전자부품 등에 사용되는 아라미드섬유, 탄소섬유 등 산업섬유소재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분야 기업들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재·부품 비중이 높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한 일본 거래처와의 관계악화가 수출·매출 감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시는 통제대상이 된 전략물자품목과 대구지역 주요수입품목을 비교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기업의 피해상황 모니터링과 지원대책 수립을 위한 ‘일본수출규제 비상대책단(단장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운영하고 신속한 대체소재 발굴에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또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기업당 2억원씩 최대 100억원(보증요율 연 0.9% 고정금리)을 지원하는 등 지역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도 이어갈 예정이다.
경북도도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휴가를 반납하고 지난 2일 오후 ‘일본 백색국가 지정 제외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도는 도내 기업에 예상되는 피해를 분석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관계장관회의 등 대응책과 연계방안, 도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규제 완화 검토, 핵심부품·소재·장비 국산화 등 일본 수출규제 관련 예비타당성면제 사업 발굴 및 예산 반영, 반도체 소재 기업 지원 등에 나설 방침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전국종합 jjkim@kmib.co.kr
중앙과 지방, 일본 무역보복 조치 대응 공조 강화한다
입력 2019-08-04 13:21 수정 2019-08-04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