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국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제2의 독립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정치권은 민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배제에 따른 비상대책회의 직후 일식집에서 오찬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 대표가 오찬에서 일본 술(사케)을 곁들였다는 부분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야권은 ‘이율배반의 극치’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연일 반일감정을 부추겨 국민들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다”며 “이 와중에 집권당 대표가 사케를 마셨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일본발 악재를 총선 호재로 생각하며 백색국가 제외 직후 사케를 마시는 민주당은 사케가 넘어가는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주문한 것은 사케가 아니라 국내산 청주라고 해명했다. 실제 해당 식당에서는 몇 달 전부터 일본산 사케를 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은 “두 야당의 비난은 국내산 청주를 ‘사케’라는 이름으로 파는 일본식 음식점 자영업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솔한 발언이자, 왜곡된 사실을 확대 재생산 하는 악의적 국민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또 “야당의 논리는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국민은 다 망하라는 주문밖에 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보수 야당이 정부 비판에 주력하려다 보니 점점 더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조 전 수석은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며 “전국의 일식집 업주와 종업원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규정했다.
앞서 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사업 관련 추경안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1일 음주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국민적 비판에 시달렸다. 이틀 뒤 황교안 대표가 예산 심사 기간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엄중 주의’ 조치를 했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의 추가적인 징계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