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월마트, 총기난사 20명 사망 “새학기 맞은 가족 붐벼”

입력 2019-08-04 10:42 수정 2019-08-04 13:28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사건의 용의자 패트릭 크루셔스(21)가 3일(현지시간) 소총을 갖고 월마트로 들어가는 모습. 이날 사고로 20명이 숨지고 26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UPI연합뉴스

미국에서 또 총격이 발생해 20명이 숨졌다. 새 학기를 준비하러 가족들이 붐빈 대형 쇼핑몰 안에서였다. 최근 부쩍 잦아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이 또 다시 총기공포에 떨고 있다.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지금 당장 총기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나섰다.

미국 텍사스 주의 국경도시 엘패소의 대형 쇼핑몰에서 3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상당수가 생명이 위독한 중상을 입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엘패소의 무고한 시민 20명이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다쳤다”며 “텍사스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하루”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을 도와 하나로 단결해 그들을 돕기 위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 멕시코 대통령은 사망자 3명, 부상자 6명이 멕시코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총격 사건 용의자로 댈러스 출신 패트릭 크루셔스(21)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미국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9시간을 걸려 엘패소로 운전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증오범죄에 따른 범행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국장은 용의자 크루셔스가 온라인에 게시한 선언문이 발견됐다며 증오범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용의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 서부에 위치한 엘패소는 멕시코 후아레스시와 접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경도시다. 인구 68만명 중 80%가 라틴 계열이다. 매일 2만3000여명의 사람이 후아레스시에서 엘패소로 출근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엘패소에서 끔찍한 총격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매우 안됐다”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 보고를 받았으며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및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도 통화했다.

이날 총격은 오전 10시30분쯤 엘패소 동부의 월마트에서 발생했다. 로버트 고메즈 엘패소 경찰 대변인은 총격 당시 약 3000명의 쇼핑객과 100여명의 직원이 쇼핑몰에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쇼핑몰에는 새학기를 준비하며 쇼핑하던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월마트는 성명을 내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희생자와 지역사회 등을 위해 기도하면서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기난사는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지만, 최근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카운티에서 열린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는 지난달 28일 총격으로 4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당했다. 전날에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미국의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비영리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일 100명이 총기로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전미총기협회(NRA)와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인 공화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오늘이 아니라 이번 주에만 여러 번 (총격사고가) 일어났다”며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의 정신건강 상황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전 샌안토니오 시장인 줄리안 카스트로는 “엘패소에서 벌어진 일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즉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실패를 상기시키는 비극”이라며 “우리는 총기 개혁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