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한미일회담서 “GSOMIA 중단” 방침 밝혔지만 폼페이오 즉답 안해

입력 2019-08-03 21:10 수정 2019-08-04 13:46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중단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미국 측은 즉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2일 오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국과 일본이 겪고 있는 갈등 상황 등에 대해 30분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리로서는 모든 걸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고 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GSOMIA가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함으로써 일본에는 보복 철회를 촉구하고, 미국에는 적극적인 대일 설득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 장관의 GSOMIA 발언을 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반응에 대해 “무언(無言)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엄중한 반응으로 해석이 되느냐”며 “즉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핵 등 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GSOMIA가 유지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역시 연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GSOMIA와 관련된 질문에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 왔다”고 답하며 연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GSOMIA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8월 24일)에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강 장관이 ‘GSOMIA 중단’을 카드로 꺼내들어 강경한 입장을 시사했지만 미국과 일본 모두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아 전망은 불투명해진 듯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저녁(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19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갈라만찬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함께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던 2일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까지도 미국이 아주 부산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외교수장이 만나 ‘반전극’을 만들진 못했지만 미국은 ‘파국’을 막기 위해 외교라인을 바쁘게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우리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다 잘 전해 듣고 있다”며 “미국과도 일본과도 외교 당국 간에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는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고노 외무상만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회담장에는 각국 당국자들이 1명씩 추가됐다. 애초 미국 측은 배석자 없이 장관들끼리만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원했으나 일본 측 요청으로 배석자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