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증상에도 “술 취해 치료 못한다” 돌려보내 사망케한 의사 집유2년

입력 2019-08-03 20:30 수정 2019-08-03 20:32
대법, 뇌출혈증상 검사 않고 귀가시켜 사망케 한 의사에 금고형 집행유예 확정 [연합뉴스TV 제공]

코피를 흘리고 눈에 멍이 들어 부풀어 오르는 등 뇌출혈 증상을 보고도 ‘술에 취해 치료할 수 없다’며 돌려보내 사망케 한 의사에게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40)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장인 박씨는 2014년 5월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뇌 CT 촬영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환자는 ‘두개골 골절에 의한 뇌출혈’로 숨졌고 박씨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는 코피를 흘리고 오른쪽 눈에 멍이 들어 부풀어 오르는 등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박씨는 별다른 검사도 없이 피해자 아내에게 “(환자가) 술에 취해서 치료를 해줄 수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피해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와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했다면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어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이러한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박씨는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 등으로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