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건설사 직원 3명이 사망한 ‘목동 빗물저류배수시설’ 참사가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사고 당시 수문(水門) 자동 개폐시스템마저 작동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직원들이 지하 터널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수문 2개가 자동으로 열렸었는데, 이후 1개의 문이 다시 폐쇄되던 중 절반만 닫히고 이상 정지한 것이다. 자동개폐시스템 오류 작동은 이번 사고 원인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당시 배수시설이 얼마나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는지 잘 보여준다.
3일 양천구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48분 쯤 저류시설에 빗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자 지하터널 수문 2개가 자동 시스템에 의해 열렸다. 이를 알지 못해 대피하지 못한 건설사 하청업체 직원 2명과 뒤늦게 이들을 구하러 간 건설사 직원 1명은 물살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
수문 2개는 개방된 지 15~20분 후쯤 자동으로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중 고지수직구에 있던 문은 오전 8시3분 쯤 닫히다 말고 개도율(문이 열린 정도) 51%에서 이상 정지했다. 수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사이 빗물은 계속해서 터널로 흘러 들어갔다.
양천구 관계자는 “당시 사고 때문에 정신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시작한 8시40분 쯤에는 오류 작동했던 고지수직구 수문이 다시 닫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수동으로 닫았는지 뒤늦게 시스템이 작동해 자동으로 닫혔는지는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천구는 사고 발생 다음날 뒤늦게 자동개폐시스템 문제점을 발견하고, 서울시에 원인 파악과 수문 재정비를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고 당시 자동개폐시스템이 오류 작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천구 배수저류시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운영됐다는 비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대건설 직원이 양천구로부터 수문 개방 예정 통보를 받은 후 늦지 않게 제어실에 도착했더라도, 수문 개폐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면 역시나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사고의 책임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1차 합동 현장 감식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 당시 유일한 탈출구를 막았던 현대건설 직원들이 고의성을 가졌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해당 직원들은 터널에서 남아있던 작업자들이 지상 20m까지 설치된 비상계단으로 탈출했을 거라 생각해 출입구를 닫은 거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