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 열리는 K팝 공연을 취소해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불매운동·방사능 위험 등을 취소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갈등 상황일수록 한류를 통해 일본 내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어리석은 주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엑소는 오는 10월 일본의 각 지역을 순회하는 콘서트 계획을 공개했다. 엑소의 국내 팬들은 즉각 반대했다. 4개 도시에서 총 8회 투어를 예고한 가운데, 콘서트 개최지 중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장소와 가까운 공연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몇몇 팬들은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굳이 일본까지 가서 공연해야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 공연의 개최지인 미야기 아레나공연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장소까지 약 130㎞ 정도로, 차로 이동할 경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에 한 네티즌은 “현재 EXO 일본 투어 개최지로 알려진 곳은 한국에서도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라며 “심지어 일본 불매가 이어지는 시국에 부적절한 장소”라고 주장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등 SNS에는 ‘#SM_엑소_일본콘_당장취소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속속 등장했다.
비단 엑소뿐 아니라 세븐틴과 마마무에게도 일본 공연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세븐틴은 오는 10월 일본 오사카 등에서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마마무는 일본에서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한다. 팬들은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인데 굳이 일본 투어를 해야 하느냐” “방사능 지역에서 멀다고 해도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본행 취소를 요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각종 SNS를 통해 퍼지는 일본 공연 취소 요구 운동을 바라보는 일본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 일본 네티즌은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일본 커뮤니티에는 “재난 지역을 이런 식으로 비하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한국 아이돌이 일본에 와서 돈을 버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 “일본은 K-pop의 최대 거래처다. 취소하면 한국만 손해”라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아이돌이 가서 팬을 만드는 행사인데 반대할 이유가 뭔가” “절대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