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신라젠까지… 韓금융시장 ‘혼미’, 日보다는 ‘선방’

입력 2019-08-02 18:14 수정 2019-08-02 19:19
미중 관세전쟁 확전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가) 한국 제외 등 악재가 겹쳐 원/달러 환율이 10원 가까이 급등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국내 금융시장이 종일 날아든 악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전부터 날아온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국) 제외 통보부터 미중 무역갈등 고조, 북한의 발사체 도발, 바이오 업종 거품 우려까지 내내 악재만 가득한 탓에 금융시장이 일제히 내려앉았다.

2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9.21포인트(0.95%) 떨어진 1998.1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1월 3일(1993.70) 이후 약 7개월만이다. 2000선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가 결국 잇달아 겹친 악재에 2000선을 내주고 말았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6.56포인트(1.05%) 내린 615.70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7년 3월 30일(614.68) 이후 2년4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도 상황은 비슷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당 9.5원이 오른 1198.0원으로 마감했다. 국내를 중심으로 악재가 잇따르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발표가 있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약 360조원) 규모의 나머지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은커녕 확전하는 양상으로 치닫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90%), 나스닥(-0.79%)이 모두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7.9%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결국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 방안을 강행했다. 이날 오전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허가를 받는 기간이 평균 90일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본에서 장비나 소재·부품 등을 조달하는 국내 기업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신라젠’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페사벡’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바이오·제약 업종 주가에도 악영향이 있었다. 신라젠은 이날 종가 기준 1만3350원(-29.97%)이 떨어진 3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북한이 2발의 발사체를 동해로 발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남북경협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됐다.


다만 이날 코스피의 낙폭은 일본의 닛케이225 평균주가(-2.11%)나 토픽스(TOPIX) 지수(-2.1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41%)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았다. 도쿄증시에서 스미토모화학(-5.39%), 도쿄오카공업(-3.49%), 스텔라케미파(-2.71%) 등 반도체 소재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일본 증시의 낙폭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온갖 악재 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일본 증시보다 선방한 데에는 이미 ‘예견된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이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상돼 있었고, 그간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좋지 못했던 탓에 증시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오 주가도 코오롱인보사 사태 이후 좋지 않은 전망이 주가에 선(先)반영돼 있었다.

한편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채권으로 향하면서 채권 값은 일제히 강세(채권 금리 하락)를 나타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